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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 김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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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의 노래-김대규-김미숙 낭송.mp3
1.31MB

* 김대규 (1942 ~ ) : 1942년 4월 20일 경기도 안양 태생. 1964년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1971년에는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6년 동인지 『시와 시론』의 주간으로 활동하였다. 연세문학상(1963), 흙의 문학상(1985), 경기도 문학상(1985)을 수상하였다 1960년 『동아일보』에 「바닷가에서」를 발표하고, 시집 『영(靈)의 유형(流刑)』(1960)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이 어둠 속에서의 지향』(1966), 『양지동 964번지』(1967), 『견자(見者)에의 길』(1970), 『흙의 사상』(1976), 『흙의 시법』(1985), 『어머니, 오 나의 어머니』(1986), 『젊은이들이여 사랑을 이야기하자』(1986), 『어찌 젖는 것이 풀잎 뿐이랴』(시와시학사, 1995)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주로 흙을 주제로 해서 현대문명을 강하게 비판하고, 일반 서민들인 민중의 인생론적 애환과 현실과의 갈등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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