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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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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가난한 이름에게-김남조(이종환낭송).mp3
1.70MB

- 김남조(1927년, 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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